본문/내용
책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 이해의 밑바닥을 이루는 것은 바로 이 코덱스에서 시작되어 구텐베르크에 의해 혁명을 이룬 `인쇄된 책`이다.
물론 코덱스가 두루말이를 몰아낸 5세기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책은 처음에는 읽혀지기 위해 쓰여졌다. 이때는 마침표, 쉼표와 같은 구두점도 띄어쓰기도 없었다.
그 후 띄어쓰기의 등장과 함께 책은 `속으로 읽기`의 대상으로 변해갔으며,
이후 전문적인 스콜라 학자들의 등장과 함께 복잡한 사유를 표현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책의 지면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행해지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장, 절, 목차, 방주, 인용부호 등이 도입되었다.
인쇄기의 발명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읽을 자료가 많아지면서 빨리 읽힐 수 있도록 책에 많은 시각적 장치가 도입되었으며, 소리내어 읽는 것은 금지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인쇄 기술에 의해 규정된 글쓰기 공간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의 쪽 순서는 책이 묶이면서 고정된다. 그리고 독자를 그 순서를 따라 움직이게 한다.
우리에게 책은 영구 불변의 표상이었다.
책은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가지며, 인류에게 영원한 진리를 전해주는 것으로 간주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