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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기행 중 동행한 한 분에게 들은 말
이오덕 선생의 책 `우리 글 바로 쓰기`을 읽어보았는가. 그 책에는 가장 정확하고 바르게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여 쉽게 의사소통 되면서도 아름답게 우리 글을 사용하는 방법이 적혀있는데, 그것은 가장 쉬운 우리말로 어린아이나 시골 할머니와 같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쓰는 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우리의 고건축을 다니며 보는 것은 바로 이오덕 선생이 우리 글을 그렇게 보았듯이 우리도 우리의 건축을 다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글이 그렇듯이 좋은 우리의 건축도 아주 평범하고 쉽고 일상적인 우리건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답사여행을 다녀와서 슬라이드를 정리하다 보면 꼭 몇 커트씩 끼어있는 장면이 있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아주 평범하고, 익숙한 장면들.
대학시절 찍어서 작업실에 붙여 놓은 사진이 하나 있는데 지리산 쌍계사 대웅전 옆에 난 길이 담겨있다. 대웅전의 그림자가 진 응달과 해가 내려 쪼이는 양지가 중간에 있는 문을 양쪽으로 하여 번갈아 보이고 그 사이 사이로 대웅전의 석축, 담장이 옆을 막아서고 있고, 대웅전 뒷마당, 계단 옆 석축이 반정도 열려있으며, 작은 마당들이 조금씩 보이고 곳곳에 나무와 풀들이 열린 하늘을 향하고 있다. 사진을 찍은 곳에서 열린 문이 보이는 곳까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요소들이 붙어 있어서 실제 거리보다 훨씬 더 공간적으로 깊은 느낌을 주며, 그 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들과 만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게 만든다.
안동 임청각에도 행랑마당을 따라가며 만들어진 길이 열어 논 문 사이로 연속되고 붙어있는 마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들린다. 해인사 대장경 판고의 문 뒤에서 본 대웅전의 뒷모습까지의 풍경도 비슷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