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러나 사실 계층적 불균등이 지역적 불균등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게 한국적 특수성이다. 오히려 우리는 역으로, 계층적 불균등이 지역적 불균등을 낳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 시절에 강남에 분
투기열풍은 당시 부와 권력을 쥔 집단으로 하여금 더 큰 이익을 보게 하였고,
이것이 지역적 불균등의 모습으로 고착화되고 현현한 것이다.
결국 `지역`과 `계층`은 이들 집단에게 일종의 환류의 고리(feedback loop)로
작동하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를 계속 해왔다. 교육은 이 환류의 고리를 장기적으로 재생산하고 심지어 영구히 정당화시키기 위해 동원된다. 강남의 학생이 통계적으로 더 똑똑하기에 강남을 뽑는다는 논리는 그 뒤에 작동하는 심각한 불균등의 구조를 은폐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일종의 카르텔을 목격하고 있다. 학벌 중심으로 위계 지어진
정치·경제의 구조, 이 안에서 부와 권력을 재생산하려는 일부 계층,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교육 주체들. 이들은 모두 강남이라는 기름진 땅 위에서 만나 기존의 불균등한 사회 관계를 조용히 일궈 간다.
이들을 적절히 견제하기 위해선 단순히 가로등에 들어가는 세금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론 안 된다. 지역적 차이를 현상 수준에서 극복하려는 횡적인 해결 방식보다,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불균등의 고착화를 예방하고 교육의 기회를 계층 간 확대시키는 종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