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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무원의 업무와 지위는 이 점에서 다르다. 공무원이 하는 일은 경쟁업체가 대신할 수 없는 독점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장을 통해서 견제를 받지 않는다. 예컨대 한 백화점 근로자가 파업하면 우리는 다른 백화점에서 쇼핑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 파업하여 여권을 발급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리 급한 일이 생기더라도 외국에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의 신분은 법령에 의하여 보호되고 그들의 임금은 예산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민간기업처럼 시장 동향이나 경기 상태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임금이 깎일 염려가 없다. 하위직 공무원 채용 시에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지원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법안이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이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자세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협의 당시 ‘노조’라는 단어조차 거부감을 갖는 등 공무운노조에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전공노의 주장처럼 대화와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이다.
Ⅲ.공무원의 자세 (公務員 姿勢)
현역 공무원들이 공무원의 지위에 많은 불만을 표하면서도, 보수도 훨씬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노조 설립이 용이한 공기업화에 저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철밥통 신화’가 깨지는데 있다고 본다. 공무원노조는 권리와 더불어 의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파업이 실패로 끝난 것은 정부의 강경 대응 못지않게 국민들 속에 뿌리 깊은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더 큰 이유다. 국민들에게 친절하고 봉사하는 공무원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면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공무원들의 진정한 ‘사’가 되려면 이해관계에 얽혀 몇분, 몇시간의 불편에 짜증내기 이전에 파업으로 얻어지는 노동법 체계의 변화,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노동3권 법제화의 정당성 등에 대해 한번쯤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