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곧 나는 남과 다르다는 주체적 자각은 중화 중심의 사고를 수정하게 하여 우리 것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곧 `나는 조선 사람이니 조선시를 쓰겠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그렇다면 조선풍의 지향처는 어디에 있는가. 고금의 시대인식, 주체적 언어인식, 확장된 소재인식에 있는 것이다. 옛날이란 개념도 당시에는 지금이었다는 의식 전환을 바탕으로 `지금 여기`라는 우리 조선의 가치를 우리의 언어로 노래하려 했다는 것이다.
‘조선풍’은 결코 일과적 현상이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주변적 가치가 중심적 가치로 변모하였고 문학사는 천편일률의 투식에서 벗어나 생동감을 획득하였음을 밝혀낸다.
그러나 조선풍은 이론적이고 사상적인 철저함보다는 시대적 소명과 의욕만 앞선 나머지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18 19세기 실학시대의 문예사적 흐름인 ‘조선풍’은 나는 조선인이라는 자각, 현재라는 시간, 내가 발딛고 있는 조선이라는 공간이 어우러진 사유체계이다.
주체성과 새로움을 바탕으로 하는 조선풍의 정신은 정체성 혼돈이라는 현상에 직면한 오늘날 매우 유용하다고 본다. 진짜와 가짜가 모호해질수록, 내가 타인의 시선에 지배될수록, 환상공간이 현실을 대치할수록 `지금-여기`에서 참된 나, 참된 우리 것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매우 절실하다. 조선풍의 정신을 `저기-그곳`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다시금 `지금-여기`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민족주체의식의 점증으로 박지원(朴趾源)의 `조선풍(朝鮮風)`이나 정약용(丁若鏞)의 `조선시(朝鮮詩)`라고 부를만한 작품군의 출현이 있었으니 그 첫째는 종래의 일반적인 고·근체(古近體) 형식에 따르면서 지극히 조선적인 풍토·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