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탈아(脫亞)의 공시성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의 개명을 기다려 함께 아시아를 부흥시키려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대오를 벗어나 서양의 문명국과 진퇴를 같이 하며, 중국과 조선을 대하는 법도 이웃나라라는 이유로 특별한 배려를 하지 말고 실로 서양인이 그들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서 처분하면 그뿐이어야 한다. 악우를 가까이 하는 자는 함께 악명을 면할 수 없다. 우리는 마음으로부터 아시아 동방의 악우를 사절하는 바이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이 「탈아론」은 메이지 일본의 대 아시아관을 대변하는 언설처럼 인용되고 연구되어 왔다. 여러 가지 해석에 관해서 이 자리에서 검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름난 이 논설은 그러나 각도를 조금 달리 해서 검토할 부분이 있다.
우선 전제해두고 싶은 것은 「탈아」의 인식이란 것은 어떤 면에서는 메이지 일본만이 아니라 근대 동아시아 세계 각국의 숙명적 선택으로 조명되어야 할 명제로서의 성격이 짙다는 사실이다. 왜냐면 “아시아를 벗어난다”는 탈아의 텍스트란 지역으로서의 아시아를 뜻하기도 하지만, ‘문화’와 ‘시대’로서의 아시아라는 컨텍스트를 강하게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후쿠자와의 일본으로서는 벗어나야 할 대상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중국과 조선이라는 ‘악우’였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해석은 거의 대부분이 이 「탈아론」이라는 문서를 메이지 일본을 규정짓는 문서로서 ‘서양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지표로서 궁극적으로는 ‘입구(入歐)’를 전제하는, 또 조선이나 중국에 대한 적대적 압박국으로의 의지를 드러내는 문서로 여겨왔다. 그러나 발제자는 이 해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