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두 번째 곡에서는 대금 외에 가야금, 피리, 해금, 장구의 네 가지 국악기가 함께 나와 합주를 하였는데 이 연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대금이나 가야금, 혹은 장구의 소리보다는 가요 등에서 차용되지 않았던 바람에 평소에는 들어보기 힘들었던 피리와 해금 소리를 잘 들어보려 주의하면서 감상해 보았다. 해금이라는 악기가 악기로서 얼마나 발전한(연주의 난이도와 음역 등의 문제에 관해서) 악기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해금의 소리는 어떤 선율을 연주하기에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간혹 양념처럼 곡이 쉬어가는 여백 사이사이에 끼잉 하는 소리를 넣는 역할만을 하였고 피리는 주선율을 연주하는 대금에 보조악기로서 그 역할을 다했다.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 곡들은 현대 악기들이 함께 연주되었다. 일렉트릭 기타, 일렉트릭 베이스, 키보드, 드럼 등의 전형적인 록 밴드를 구성하는 악기들의 선율이 대금의 호소력 짙은 선율과도 잘 어우러졌다. 상대적으로 소리를 잡아내기 쉬운 조그만 무대여서 더욱 그랬었을지는 몰라도 대금 가락은 위압적인 밴드의 소리에 지지 않고 제 목청을 크게 떨어내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공연이었지만, 우리 국악기의 소리가 생각처럼 답답하고 조그맣기만 하거나 감성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었음을 잘 알게 되었다. 사실 국악을 녹음한 음반을 구해서 들어보거나 할 때면 녹음에 많은 애로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앰프나 전자기기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자 악기들에 익숙해 있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녹음과 음향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이미 그 기술들은 국악기가 전자 악기나 서양악기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성능과 표현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어린 시절 장난처럼 해보았던, 국악기만을 사용한 헤비메탈 밴드의 탄생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공연 감상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