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2. 왜 다시 그람시를 이야기하는가?
다시 처음의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가보자. 90년대와 80년대의 차이에 대해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87년 6월항쟁과 91년 5월항쟁의 차이에 대해서...
91년 5월항쟁의 가장 큰 오류는 87년 6월항쟁의 연장선상에서 투쟁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전두환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독재자였기 때문에 소수 운동권 학생들이나 피억압계급만이 아닌 일반 지식인들이나 중산층으로부터도 광범위한 반대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노태우의 경우는 약간 상황이 달랐다. 정말로 형식적이긴 하지만 직선제라는 과정과 특권 계급과의 결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합리적 지지기반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맑스와 레닌의 이론에 심취해 있던 남한의 진보진영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상대는 이전에 비해 사회적 헤게모니를 착실하게 획득하고 있는데 비해, 내부적으로는 어떤 대항 헤게모니도 생산하지 못한 채로 학살자 처벌, 혹은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앞세워 관성적인 투쟁을 진행한 것이다.
이후 이어진 진보 운동의 쇠퇴는 헤게모니 장악에서 계속적인 후퇴를 반복해온 과정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과거의 군부 독재 정권이 칼날을 휘두르는 시기가 아니다. 굉장히 민주적이라고 생각되는 정치 제도들과 보수세력들의 화려한 말장난이 어느 정도는 먹히는, 그람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이 상당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시대이다. 교육 수준의 향상과 경제 발전으로 그 동안은 존재하지 않던 시민사회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외양을 갖추어 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체제…
이후 이어진 진보 운동의 쇠퇴는 헤게모니 장악에서 계속적인 후퇴를 반복해온 과정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과거의 군부 독재 정권이 칼날을 휘두르는 시기가 아니다. 굉장히 민주적이라고 생…
참고문헌
한국정치연구회사상분과 편저, 「현대민주주의론Ⅰ」, 창작과비평사 1992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I(1985),II(1993), 거름(이상훈 역) 1985
A.S.싸순 편저,「그람시와 혁명전략」,녹두, 1984
칼 보그,「다시 그람시에게로」,한울 1985
임영일 편저,「국가 계급 헤게모니」, 풀빛 1985
C. 무프 편저, 「그람시와 마르크스주의 이론」,녹두 1992
김현우 외 편역, 「안토니오 그람시의 단층들」, 갈무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