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Ⅰ. 머리말
아무런 정세적 유사성도 존재하지 않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고 의식의 표면에 전제해 두었던 목적도 동일하지 않았던 두 저자의 이론에 대한 비교 검토가 가능하고 타당하기 위한 조건은, 동일한 또는 평행한 이론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이론적 대상 또는 영역의 존재이다. 예컨대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가 루먼의 Trust and Power와 비교될 수 있는 것은 국가 분석의 관점(perspective)이라는 이론적 고찰 영역을 통한 재구성과 계열화에 통해서이다.
하나의 이론적 장에서 고전적 위치를 차지하고 각종 해석과 담론의 원천으로서 기능하는 작품들이 매번 인용될 때마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다시 쓰여’ 지거나 ‘해체’되기 쉽다. 하지만 그러한 인용은 일차적 텍스트에서 새로운 담론을 무한히 구성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동시에 담론의 우연성을 제거하는 강한 의미의 주석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체계 외부에서부터 인식되기 시작한 이론적 영역/대상을 관련시키는 과정 속에서 원천으로서의 담론은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한(‘다른’이 아닌) 본질을 표출할 수 있다.
1778년에 죽은 루소(J. J. Rousseu)는 프랑스 계몽주의의 예외적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민주주의’나 ‘자유’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그래서 가장 많이 다시 쓰여진 철학자 중의 하나이다. 학문과 예술론, 불평등의 기원, 교육론 등 일관성은 약하나 다양한 분야에 관해 작업을 한 루소로부터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론은 물론『사회계약론』이다. 루소의 교의는 ‘사회계약(contrat social)’이라는 고유한 철학적 대상과 그 이론적 효과 속에서 스스로를 사유한다고 표현될 만큼 사회계약론은 루소의 (정치)철학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논의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루소의 정치철학적 측면과 관련하여 1969년의 밀리반드와의 국가론 논쟁으로 유명한 정치학자 풀란차스(N. Pou…
이 글에서는 이러한 루소의 정치철학적 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