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문화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이념적, 방법론적 전투의 결과는 그 어느 쪽에도 결정적 승리를 안겨 주지 못했다. 따라서 문화라는 한 단어를 통해 나온 상이한 이념적 의도(意圖)의 두 목소리는 현실에서 그 단어 사용의 이분화를 초래했다. 이것은 오늘날 일상적 사용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인류학적·과학적 개념의 문화는, 자신의 본질적 총체성으로 인해, 다른 형용사적 접두어에 의해서 구분성과 영역을 획득하는 명사가 되었다. 예를 들면, 정치문화, 정신문화, 물질문화, 군대문화, 예술문화, 출판문화, 고급문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외형상 일정 ‘분야’에 의해서 한계가 지워지는 수동적 의미어가 되어 고유의 의미를 상실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고전적·인문학적 개념의 문화는 고유의 가치 개념적 성격을 유지하여 일정 명사에 가치론적, 목적론적 의도를 부여하는 형용사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문화유산, 문화수준, 문화정책, 문화교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일정 명사에 능동적 ‘의미부여’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식적 구분은 일차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주변상황의 변화 추이를 정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식론적 기준과 세계관 형성을 위한 ‘인간 사고의 역정’을 동반자적 자세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뿌리깊은 곳까지의 관찰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의 개념과 존재론적, 역사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여타 개념들을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그 대표적 개념이 사회이다. 다시 말해, 문화와 사회의 개념적 구분성과 연관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