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병화 시작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여인

튼 이후 시인은, 그가 여덟 살 되던 해에 난실리와의 유일한 매개체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버리면서, 이듬 해 어머니와 함께 외가(外家)댁 친척이 사는 서울 서대문 밖, 아현동 쪽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시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바로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아버지의 부재(不在)이다. 딜런 에반스는 자신의 저서 『라깡 정신분석 사전』에서, 일찍이 라깡Lacan이 1938년에 이 현상의 원인을 가족 구조로부터 축출된 아버지The exclusion of the father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그 결과 가족 구조가 모아(母兒) 관계로 환원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실재적 아버지와 상상적 아버지 및 상상적 아버지를 구별하고자 하는 일종의 정신병이, 아버지의 전면적 부재란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화자(話者)는 시인의 작품에서 드러난 이 부재(不在) 원인이 위의 논리 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실로 그의 시나 수필에서 아버지 혹은 남자를 상징하는 단어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축출된 아버지The exclusion of the father로 인해 생긴 정신병이라기 보단, 그 부재를 눈치챌 수 없게끔, 즉 어려웠던 생활 속에서도 시인에게 무한한 사랑과 올곧은 희생의 실존을 보여준 어머니의 영향이 더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재의 원인은 무조건 라깡Lacan의 이론에 기대 손바닥부터 뒤집기 보단,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동경과 흠모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한 예(例)로,

하루는 어머님 방에 밤늦도록 불이 켜 있길래 건너가 보았다.
주무시는 게 아니라 골무를 만들고 계시었다. `어머님, 이제 밤도 늦었으니
그만 불 끄고 주무십시오.` 이렇게 내가 말을 내자 `네 방에 불이
켜 있는데 내가 어찌 먼저 불을 끄고 자겠느냐.`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요샛말로 가슴에 쇼크를 받았었다.

이후 나는 일부러 방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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