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염세주의는 현대 소설의 단골메뉴이며 선배 기성작가들의 충분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신인 작가들이 끊임없이 답습해 문제가 되고 있는 문학 주제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우리 가요계에도 선정성, 저속성 등의 흔한 금지이유를 거부하고 비도덕성, 염세성 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은 곡들이 있다. 조트리오의 <안락사>, 유승준의 <떠나자>, 박진영의 <천년의 사랑>, 조관우의 <실낙원> 등이 그것이다. 조트리오의 <안락사>는 제목에서부터 영등위의 심의잣대에 걸렸음직 하다. 박진영의 <천년의 사랑>은 ‘현실 포기의 염세적 가사’, 조관우의 <실낙원>은 ‘염세적이고 자살미화’ 가 각각의 사유였다. 박진영의 <천년의 사랑> 가사를 찾아봤다. ‘하지만 이 사랑은 나에겐 우리에겐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서로를 절대로 포기할 순 없기에 이 세상을 포기해요. (중략) 서로를 품에 안고 두려워하지 않고 다음 세상을 기다려요.’ 다분히 백년해로를 연상시키는 대목으로 공윤위 측에서 장려하는 건전성에 부응하지 못한다. 이처럼 현실 도피적이거나, 은연중에 당면한 문제 해결 능력이 없을시 자살을 차선책으로 삼는 사고를 조장하는 노래들 또한 금지의 대상이다.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들. 이상적인 삶을 권장하는 것과 이상향을 좇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아주 미묘하고 명확하지 못할 그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또 무엇일까. 이상을 이루자하면 건전가요, 이상적인 먼 곳으로 떠나자하면 금지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