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조화가 깨지면 정상을 회복하기 위해 해로운 것, 과잉 축적된 것은 속히 몸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예를 들어 한가지 음식만 먹으면 특정 영양소의 과잉을 피하기 위해 그 음식이 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 세균이 침입하면 백혈구 활동을 강화해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열을 내게 된다. 산모의 기력이 쇠하거나 태아가 불구 또는 기형일 때 산모 생명을 보호하고 종족보전을 위해 자연유산이 일어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구토나 설사, 발한과 발진, 유산 등은 서양의학의 관점에서는 ꡐ병ꡑ이 된다.
인체가 빚어내는 이러한 조화는 자연의 모습과 대단히 닮았다. 음양의 분화와 결합,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등 오행의 상생상극(常生相剋), 한열풍조습(寒熱風燥濕) 오기(五氣)와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 오색의 조화 등은 대자연이 빚어낸 생존의 요소이다. 모든 자연이 산고함신감(酸苦鹹辛甘) 오미를 갖추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른 봄에 흙바람이 부는 것은 잠든 풀과 나무를 깨우고 이들에게 대지의 영양을 공급하기 위함이며, 부유물이 많은 여름철에 태풍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계의 노폐물을 청소하고 생물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홍수가 지는 것은 영양과잉으로 부패한 물질들을 씻어내 자연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모든 자연현상에는 오묘한 섭리가 깃들여 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을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ꡐ병ꡑ은 우리 몸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자연치유력이 발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민족의학은 ꡐ병은 곧 증상이요, 증상은 곧 치료법ꡑ이라고 한다. 고혈압, 당뇨, 간질, 암 등도 다 몸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증상, 몸의 자구책(自救策)이라 할 수 있다. 병은 우리에게 나태와 이기, 탐욕과 오만을 버리고,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에 대한 무책임을 반성하라고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