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해방 이후 미군정을 매개로 형성된 분단사회에서 일어났던 혁명의 주요한 결과물은 `혁명의 패배`라는 비극적인 내용을 닿고 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패배했던 것은 민주주의에 도달하려는 혁명의 열정 혹은 혁명 그 자체가 아니라 미성숙한 자본주의 사회가 내포한 혁명 이전의 전통적 유산, 즉 반봉건적 사회관계였다. 이는 이 반봉건적 사회관계 속에서 성장해 온 혁명 주체가 지녀 온 의식의 한계를 깨뜨리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곧 이전까지의 혁명은 소영웅주의,쁘띠부르주아적 관념,분파주의,혁명에의 환상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주체의 의식 해방은 간단히 일회적 승리에서 획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패배를 통해서, 즉 `혁명의 패배`라는 깃발 아래서 한걸음 한걸음 전진이 담보되었던 것이다.
발전 이론 또는 근대화 이론처럼 민주주의는 봉건지주에 대항한 중산층의 기반 위에 선 군부 쿠데타나 정권교체를 가져오는 선거 혁명을 통한 승리의 과정에서 성숙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배구조의 모순의 현 상태이며 이 모순을 역사적으로 해결하는 기충민중이 이어가는 삶의 요구에서, 그것의 정치적 표현인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지배계급이 폭압으로서 회유로서 해결해 낼 수 없는 반테제가 제시된다. 그것은 마지막의 단계에서는 혁명의 성공에서 결실을 맺는 것이면서도 이 과정은 혁명의 패배라는 기치 아래 전진하는 것이다.
5·18 민중항쟁은 이 과정의 한 고리를 형성한다. `해방` 이후 반독재의 투쟁은 해방의 과제와 항상 엇물려 왔으면서도, 5·18에서 그 질적 차별성이-비록 전개과정에서 드러난 부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있게 된다. 그것은 반독재 투쟁뿐만 아니라 해방을 향한 전진을 의미하는 분단사회의 대중혁명운동 속에서 승리가 아니라 처절한 `혁명의 실패`를 통해,서 지금까지의 운동이 지녔던 한계를 넘어서는 역사적 실천의 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혁명의 실패`야말로 궁극적인 혁명의 성공을 향한 전진임을 운동의 확산과 심화를 통해 증명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