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2) 한국의 그릇된 민족주의
(1) 획일주의적 강박과 배타적 세계관에 오염된 민족주의
초등학교(과거 국민학교) 시절, 교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국기계양대를 향해 차렷자세를 취하고는 오른손을 들어 외편 가슴께에 붙이고 입으로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맹세의 끝부분은 정말 엄숙하기까지 하다. 무엇이 제 앞가림도 못하는 코흘리개 초등학생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조금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1학년 국어 교과서는 `나`, `너`,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들로 첫 장이 채워져 있다. 너와 내가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가 보여 나라가 된다는 이 의미의 확대를 통해 `민족=국가=나`라는 자연스러운 등식이 우리 머리속에 박혀들어 오고 있었던 셈이다.
우선 민족주의적 세계관은 집단의식 중에서 가장 열정적인 토대로 적과 우리의 이분법적 구도를 구성원에게 철저히 내면화시킨다는 것이다.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발생원인에 대한 내부적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보다는 외부의 원인을 전면으로 내세워 내부의 갈등관계를 은폐하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주의의 뿌리는 과거 제국주의의 팽창적이며 침략적인 민족주의에 맞서 방어적인 민족주의라는 대의명분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30년에 걸친 고성장의 결과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등 일련의 변화를 겪으면서 방어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지나칠 정도의 자긍심과 민족의식으로 전이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대자본의 성장과 해외 진출이라는 부분이다. 기업의 성장이 곧 국가의 성장으로 등치되고 그것은 아무런 의심 없이 `나`, `우리`의 성장이라는 등식으로 치환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