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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인상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신화가 되어 버린 하얀 얼굴의 미소년, 그리고 신화 이후를 힘겹게 살아가야 할 사람. 아마도 그는 스스로 신화가 되고자 한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류 질서를 전복하는 대항문화의 전사(戰士)로 규정하거나,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복음처럼 들려줄 전령사이기를 기대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없건만, 많은 사람들은 어디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해 보라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시기와 선망이 엇갈리는 시선의 체계 속에서 그는 그렇게 현대의 신화로 자리를 잡았다. 신화의 주인공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행을 거쳐 고향(근원)으로 되돌아오듯이, 서태지 역시 은퇴와 잠적으로 대변되는 ‘상징적인 죽음’을 거치지 않으면 안될 운명이 주어졌던 것이리라.
혹시 서태지 신화의 연장선 위에 놓인 후일담과 같은 음악은 아닐까. 3년 4개월 만에 발표된 7집 앨범 ‘라이브 와이어’를 손에 집어 들면서 가졌던 생각이다. 만약 이번 앨범이 낡은 신화의 확대재생산에 머물게 된다면, 서태지는 ‘안 좋은 추억’ 정도로 급격하게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앨범에는 신화의 주박(呪縛)으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선언한 또 다른 서태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다. 사회의 억압에 분노하며 아련한 추억에 눈물짓는 청년, 12개의 음으로 표현되는 자유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음악인의 모습이 그것이었다. 이 세계는 어떤 곳인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과 같은 실존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음악으로 내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