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한 번도 자신이 붙여 먹는 땅의 주인이 되어 보지 못한 사람들, 땅을 파먹고 사는 농민들이기에 땅은 그들에게 더욱 문제시된다. 김정한의 소설들은 주로 땅의 주인이 되지 못한 농민들과 그 주인인 지주와의 문제들을 파헤친다. 이러한 그의 농민 소설들은 소작인과 지주의 대립과 갈등에 초점을 맞춘 1930년대의 작품들과는 달리 소작인의 삶과 아픔 자체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 건우와 할아버지인 갈밭새 영감 그리고 윤춘삼 씨에게는 그들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가슴속에 땅에 대한 원한이 깊이 서려 있다. 한편에는 이러한 분노를, 또 다른 한편에는 없는 놈이 할 수 있나. 그저 이래 죽고 저래 죽는기지 머!와 같은, 삶에 대한 절망과 한탄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이들이 그들이다.
작품 후반부의 홍수 사건을 통해 작가는 현실의 모순을 고발한다. 사흘 동안 계속된 비로 낙동강은 범람하고 조마이섬도 물에 휩쓸릴 위기에 처한다. 유력자들이 매립(埋立)을 명목으로 쌓아 놓은 둑 때문에 위험은 더욱 심각해진다. 둑이 터져 물이 넘치면 조마이섬은 삽시간에 쓸려 갈 수밖에 없다. 갈밭새 영감을 비롯해 둑을 허물기 시작한 섬사람들과 이를 저지하러 온 유력자의 하수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결국 갈밭새 영감은 그들 중 한 명을 물 속에 집어 던지고 만다. 갈밭새 영감은 살인죄로 구속된다. 그는 선량한 다수의 목숨을 살리고 법과 유력자의 배짱에 희생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