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 논문의 목적
현대는 어떤 종교도 과거의 지배적 위치를 점유할 수 없는 다원주의 시대이다. 현존하는 종교들은 과학, 기술, 새로운 가치의 도전 앞에 놓여있다. 이런 현실에서 종교들은 자신의 고유한 핵심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다른 종교로부터 배우는 것을 요청받고 있다. 이 요청은 개종이 아니라 다른 종교의 경험, 통찰과 대화, 협력함으로써 스스로의 지평 확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그리스도교와 유교 전통은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협력과 배움은 서로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한 가운데 출발해야 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신, 세계, 인간 이해의 차이점을 밝힌 후 그리스도교로부터 유교가 배워야 할 것을 제시한다.
■ 神, 世界, 人間 이해에 대한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
1. ‘내재적 초월’로서의 天과 ‘순수 초월’로서의 하느님.
유교의 天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즉 天은 물질적 형식 없이 존재하는 초월이며 논리적 이성이나 경험적 일반화로는 도달할 수 없는 심오한 신비이다. 하지만 유교의 天이 초월적인 것만은 아니다. 道는 만물과 인간 ‘안에’ 들어 있는 신비, 드러난 신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道를 실현할 수 있고, 道에 따라 수양함으로써 스스로를 교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교의 天은 사물, 특히 인간 안에 존재하는 ‘내재적 초월’이며, 여기에 ‘계시’의 여지는 없다.
반면 그리스도교는 ‘계시’를 절대시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이 타고난 이성의 조명에 의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우주론적 논의를 공식화할 수 있지만, 그 증명은 하느님만이 확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성서적 계시만이 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계시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