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낄 수 없다면 그가 어디 한국인이겠는가. 그만큼 저자의 한국에 대한 해부는 솔직하고 예리하다. 만약 그가 귀화하지 않은 외국인만 되었다 하더라도 `당신은 한국을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한다`며 변명부터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은 비난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하여 지적한 고언(苦言)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이면서 하나의 성역들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다. 그는 한국의 천민 자본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 같은 고질적인 한국병을 골라내어 거침없이 비판한다. 성역과 금기로 여겨진 대상 - 대통령, 국가, 종교, 대학, 언론 - 에 대해서도 그의 매서운 비판을 피하지는 못한다. 그의 비판을 보며 이 책에서 제시 된 우리의 현실에 대한 재해석의 필요성을 느꼈다.
높은 건물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 대한민국을 굽어살피시는 이순신 장군을 보며, 임진왜란 왜적을 물리쳐 나라를 구한 그로 인해 우리가 있음을 감사하기보다는 그 거대함의 기운에 눌려 버리고 만다. 텔레비전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어려움에 빠진 한 골프선수가 마침내 우승컵을 획득하는 장면이 방영된다. 대한민국, 한국인에게는 고난극복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는 말을 듣곤 한다. 수많은 실업자가 거리를 방황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해 대학 졸업 이후 길이 보이지 아니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너무도 공허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