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법정스님께
겨울날씨도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올 겨울은 어디서 안거하셨는지요? 스님께서 말씀하시던 넓은 바닷가가 보이는 오두막에서 지내셨는지요? 부디 편찮으신데 없이 동계 안거 잘 마치셨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스님이 쓰신 『오두막 편지』를 읽고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하였기에 감사하다는 뜻으로 이렇게 보답의 인사를 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자의가 아니었지만 편지들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참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책을 대하게 동기를 주신 분께도 무척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구요.
책을 읽는 동안에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생기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라구요.
`응! 그래그래...`, `맞어! 맞어!`, `아하! 그랬구나!`
그리고,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르면 사물을 보는게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면서 지금의 저는 세속의 때가 많이 묻은 중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편지글들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글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방식으로 그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편의나 이익을 위해 남을 간섭하고 통제하고 지배해서는 안된다`였습니다.
불가에서 세상 모든 번뇌의 시작은 집착이라고 하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착을 버리는 순간 번뇌도 끊어진다고 하더군요. 스님이 전에 말씀하셨던 `무소유(無所有)`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저도 예전에는 주위 것들에 대한 집착들을 버릴려구 많이 애썼는데 속세라는 곳이 그러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더라구요.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온통 번뇌의 고리들로 묶여져 있더라구요. 학교, 집, 친구들과의 문제. 하지만, 이제 조금은 그 번뇌의 고리들을 끊어볼까 합니다. 미혹한 중생의 힘으로 얼마나 끊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