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과연 내게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작가는 정말 우리에게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등의 물음이 던져지는 것만으로도 ‘김영하에게 한발 다가서기’가 성공했다고 믿는다면 속단일까? 어쨌든 작가의 스타일에 조금이나마 친숙함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감을 느끼며 작품 읽기를 시작해본다.
구성과 시점 : 유디트 VS 세연
이 소설은 그 구성과 시점에서 가장 독특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인물, 사건, 배경 등의 끊임없는 변화에 따라 구성과 시점도 복합적인 양상을 띈다. 소설은 크게 다섯 장으로 구성되는데, 1, 3, 5장은 자살 보조업자인 ‘나’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다. ‘나’의 생활, 생각, 유디트와 미미, 여행 중에서 홍콩 여자를 만나는 에피소드까지. 1,3,5장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삶과 죽음, 세상살이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이나 태도를 보여준다면, 2, 4장은 ‘나’의 개입 없이 K와 C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사건을 통해 주인공이 보는 세상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 사건으로 보여준다. 즉, 2장과 4장을 통해 1,3,5장의 화자인 ‘나’의 생각의 타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작가이면서 자살 보조업자인 ‘나=신’이라는 주인공의 주장과 그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2, 4장인데 여기서는 C와 K라는 두 인물의 성격이 한 여자를 통해 드러난다. 2장과 4장은 C와 K가 번갈아 서술자로 나서는데 C는 그녀를 유디트라고 부른다. K는 그녀를 세연이라 부른다. C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서술하는 부분에서 그녀는 유디트고, C가 화자가 되는 부분에서 그녀는 세연이다. 한 인간을 이미지로 인식하는 것과 실체로 받아들이는 것. 반복되는 구성과 소설 속의 다른 인식 체계가 두 인물의 간극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C와 K 중 누가 더 나은가에 대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유디트, 혹은 세연이 결국은 둘이 똑같다는 결론을 내려줬기 때문이다.
『너희 둘은 달라 보이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