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마스크의 이론)
예이츠는 근본적으로 시인을 제작자로 보았다. 시인은 남다른 특수한 경험이나 특별한 감수성을 가졌기 때문에 훌륭한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과 감정을 시로 변형시킬수 있는 재능이 있기 때문에 시인이다. 이 점에서 그는 시를 자연스런 감정의 자연스런 발로라고 보는 시인과는 달리 고전적인 시관을 가졌던 시인이다. 그는 말하기를 시인이 비록 “후회나 실연이나 고독과 같은 개인적인 비극”에서 시를 쓸 수 있을지언정, “시인은 결코 사건이나 부조리의 덩어리로서 조반상에 앉아 있는” 생활인 그대로가 아니라, “그는 하나의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의도가 있고 완전한 어떤 것으로 재생한다.”라고 말했다. 이 ‘재생된’ 생활, 즉 부조리와 단편적인 생활이 하나의 의도하에 재조정되고 변형된 언어가 곧 시이다. 그러니깐 아무리 예이츠의 시에 적나라한 그의 생활이 드러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대로 일상 생활인으로서 예이츠의 목소리는 아니다. 예이츠는 시를 자기 극화라고 하면서 인간을 자아와 타자아의 양분 상극 상태로 보고 시는 그 상극과 갈등에서 빚어지는 혼합된 목소리라고 본다. 예이츠의 시학과 철학에서 쓰이는 마스크나 다이몬 혹은 스타일이란 말은 거의 같은 뜻을 가지며, 그것은 이원론적 인간관에서 사용되는 타자아other-self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는 블레이크의 영향을받아 인간의 심리 양면성, 즉 주관과 객관, 현실과 이상, 이성과 감정의 대립 갈등상에 주목하고, 본연의 자아와 대립되는 반자아 혹은 타자아의 개념을 견지하여, 거기에서 마스크의 이론을 끄집에냈다. 마스크의 이론은 다소 복잡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한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마스크의 의미를 단적으로 표시한 시가 1910년 극『여왕 배우 The Player Queen』를 위해서 쓴『마스크 The Mask』 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