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9세기 인도의 재발견 이라는 부제가 조그맣게 붙은 이 책은 쉽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제목이 재미있다. 그러나 표지를 넘기면 동물의 왕국에서 규칙은 먹느냐 먹히느냐이다. 인간세계에서 규칙은 규정하느냐 규정되느냐이다라는 어느 인용문이 이 책의 예사롭지 않은 내용을 예고해 준다.
인도 델리에서 오랫동안 수학한 저자가 19세기 영국 식민지 지배 아래 인도가 어떤 힘과 어떤 문제를 안게 됐는지에 대해,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영국이 강하고 남성다운 힘으로 인도에 식민지 지배를 관철함으로써 인도는 오히려 연약한 여성을 미화하기도 하고, 상대적인 돌파구를 찾고자하였음을 보여준다. 서세동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영국이 인도를 처음 지배하고자 하였을 때, 그들은 인도에서 자신들과 닮은 점을 열심히 찾아 동양의 영국인을 만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인도인이 영국인처럼 변화하자, 그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이제 다른 동양인, 인도를 의도적으로 비하하고 차별, 지배하였다.
그같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방식은 바로 성의 지배방식과 비교 가능하다. 즉 식민지를 지배하는 역동적인 주인공이 남성이라면, 그 지배를 받는 엑스트라들은 나약한 여성이었다. 인도의 여성성은 열대의 기후와 힌두교, 특히 여성적인 브라만의 모습에서 정당화되었고, 인도인이 주로 입는 헐렁한 의복조차 여성의 옷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렇듯 여성적인 인도인들은 남성적인 영국으로부터 이중적인 차별과 지배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도 안의 남녀 차별을 교묘히 이용한 영국은 여성과 어린이를 차별하는 인도 남성이 도덕적으로 파렴치하고 정치적으로 무능력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일부 영국화한 무슬림은 유능한 남성으로 다수의 여성적인 힌두와 대립, 갈등 관계가 조장되었다. 이같은 내부 분열책은 고도의 식민지 통치 방식으로 개발된 것이었음을 인도인들은 뒤늦게 깨달았고, 저자는 이를 고발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