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먹고사는 것이 힘들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산동네의 생활상을 들여다본다면... 자신은 그래도 잘 살고 있는 축에 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부자는 아닐지라도 하다못해 지지리도 가난해 굶으며 살아야하는 상황은 면했다는 생각이 들테니 말이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사람은 타인의 불행에서 자신의 행복을 본다고... 그것이 비록 어줍잖은 인간의 심리라 해도 나조차도 타인의 불행을 보며 나는 그래도 행복하다는 자위를 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산동네라는 것은 “가난”의 또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막연히 못 사는 사람들이라 뭉뚱그려 생각하던 그 생활에도 그들만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 책이다.
산 아래 사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가난”이라는 단순한 한마디로 표현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그곳이 바로 그들의 세상이라는 것, 그 곳도 밖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똑같은 형태와 똑같은 감정으로 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사는 넓은 세상의 축소판으로 보여지는 작은 공간이 산동네다. 그곳에서 아홉 살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소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엉뚱한 듯 하면서도 정확한 이해로 나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