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인간상이 지닌 부정의 변증법

조각가 류인 뿐만 아니라 80년대 이후 활발한 활동의 보인 작가들 중에서 인간과 삶의 문제를 주된 작업의 테마로 삼고있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얼핏 떠오르는 작가들만 거명해봐도 김영원, 김광진, 임영선, 황지선, 백윤기, 윤석구, 한영실, 이승하, 조상휘, 오원배, 정복수, 김경인, 김진열, 안창홍 등 상당수의 작가들이 이에 해당된다. 흔히들 70년대식 모더니즘의 형식실험에 회의를 느끼고 예술이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보는 이들 작가들은 이른바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민중 미술의 주장하는 사람들과도 일정한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80년대 화단사적 측면에서 볼 때 제3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이들은 80년대 비평의 주요쟁점이 되었던 포스트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의 논쟁 사이에서도 일정 부분 빗겨져 나가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과 존재의 의미같은 가장 보편적인 문제들을 다루어온 이들 작가들은 평면으로부터의 일탈, 혼합매체의 사용, 차용, 패러디 등 새로운 형식과 후기산업사회, 후기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적 상황을 강조해온 포스트모더니즘 비평가들로부터도 일정한 거리…(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