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법전통(legal tradition)’이란 일련의 ‘법제도’, ‘법체계(legal system)’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제도’나 ‘법체계’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의 법전통에 대한 이해가 왜 선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에서는 “다양성”이란 말로서 그에 대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즉, 같은 대륙법 체계에서도 그에 속한 한 나라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작용하게 되는 실체법 규정과 절차 또는 제도 등을 통하여 나타나는 여러 영향력의 결과는 다른 나라에서 나타나는 유사한 영향력의 결과와 항상 다르게 마련인 것이다. 이것이 “법전통”이라는 것을 생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시 말해서, 대륙법체계면 대륙법체계, 그리고 영미법체계면 영미법체계, 각 나라들의 체계상의 제도들은 모두다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륙법 체계 나름대로의, 그리고 영미법 체계 나름대로의 다른 체계와 구별되는 상대적 공통점을 공유하는데 이것이 바로 ‘법전통’인 것이다.
오늘날의 시민법 전통의 성장은 그러한 대륙법 제도를 구성하는 법규칙이나 기관, 절차에 형식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강력한 역사적 사건과 일련의 사상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일련의 사상들에 의해 시민법 전통은 영미법 전통과 구별되는 독특한 성격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의깊게 본 부분은 제일 마지막장인 「시민법 전통의 미래」였다. 과거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는 현재를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지금까지의 시민법 전통의 특징이나, 제도들, 형식들보다 앞으로의 시민법의 변천 예상이 더욱 더 와닿았다. 그 뿐아니라 지금까지 (우리나라도 물론 그러하겠거니와) 시민법 전통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독일 마저도 그러한 시민법의 정통 모델을 비판하면서 변화시켜오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시민법의 앞으로의 행방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나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