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책은 그러한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바라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도입과 함께 죽음에 있어서도 도래된 몰개성화, 무가치화, 대량화 등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장례식차량이 지나갈 지라도 어느 누구 하나 그 차량을 보며 성호를 긋는다던지 조용히 묵념한다던지 하는 사람은 존재치 않는, 오히려 그 장례식 차량조차도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차량과 속도경쟁을 벌이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차가운 외침이랄까.
이 책의 그러한 관점이 때론 신선하게 느껴진다. 삶과 죽음은 정확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삶의 태동에 죽음이 숨쉬고 있고, 죽음은 삶을 영양분으로 삼아 서서히 커가고 있는 것이라고...
영양분인 삶이 다 떨어졌을 때 마침내 사람에게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가끔씩 사람은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보다 그것을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순 없으리라 본다. 신선한 내용의 이 책에도 무언가 문제점이 있긴 있는 듯 하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으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무슨 죽음을 기억할 것인가. 처음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때 나는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을 기대했었다. 그 내용이 조금은 어려울지라도,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이 책을 통해 벌어졌으면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역사적 고찰, 현재의 죽음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 정도에 그친 듯 하다. 새로운 의미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애초에 기대했던 거대한 의미는 함의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해 조금은 아쉽다. 둘째, 계속적인 내용의 반복성이다.
역사적 고찰은 정말로 신선하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그 어떤 책에서조차도 죽음, 그것도 우리나라 죽음의 역사를 이렇게 내실 있게 다루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어디선가 많이 읽은 내용이 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