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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30살이 되던 해 나는 실로 심각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내가 정말 무엇 때문에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어쩌면 사춘기에나 할 법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쉰 살..... 서른 살이 되면 받침이 달라지는 것처럼 삶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게는 국가나, 민족 따위의 거대한 목표도 없었고, 정치나 돈에 대한 집착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옳다고 느끼는 그 무엇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치겠다는 사명감도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나도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구나. 나이 서른이 되어 새로운 꿈을 가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 가정을 이끌어가는게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으로 느껴졌었다.
여러 선배나 선생님들, 동료들, 친구들과 상의해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나이 드신 이들은 삼십 대는 안정의 시기가 아니라 도전의 시기다, 지금부터 꿈꾸고 준비하고 도전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고, 나와 비슷한 동년배들은 뭐 사는 게 다 그렇지 별 수 있겠니...라고 말했다.
한 반 년 정도 이 고민덩어리를 안고 뒤치락거린 후 나는 불현듯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래, 아버지처럼만 살지 말자.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위암으로 고생하실 때이고, 아버지에 대한 묵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없는 때였지만, 철저하게 가족을 등안시 했던 아버지로부터 받은 고통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더니 급기야 내 삶의 목표를 `가족`으로 귀착시키게 했다. 내 가족과 행복한 삶을 꾸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무엇을 한단 말인가? 멋진 가족을 위해 살아보자.
꼭 돈만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멋있는 가족을 한 번 만들어 보자.
그 당시 우리 가족은 30년이 넘는 가난에 지쳐 서로간에 애정표현이 전혀 없고, 서로의 삶에 대해 무관심하고, 가족이 함께 꿈꾸는 미래 같은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