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Ⅰ. 작은 소리 큰 울림
- 수진이와 영주에게 다가온 큰 울림 -
시라는 장르에서의 `현실참여론`과 `순수지향론`은 문학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이며, 명백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시란, 짧은 몇 개의 단어를 가지고서 라도 그것을 대했을 때 일순간 모든 이들의 가슴을 저만치 높게 들었다 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시를 읽든지, 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그것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며, 아울러 정신적인 승화감, 고양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하고 싶다.
`시`라 하면 우선 인간의 기본 감정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 시를 떠올리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든지 `인생`이라든지 하는 것에 대한 시 말이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감각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부분이고 1차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읽는 이들이 시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또 흔히 그런 시를 읽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시다운 시를 읽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보통 `정치·사회 상황`과 `시`, 이들은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다거나 극단적으로는 극과 극이라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요즈음 정치라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게 되고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라는 생각이 들게 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말도 있듯이, 정치나 사회 의식이라는 무겁고 다소 딱딱한 소재와 문학 중에서도 우리의 정서를 가장 치열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는 시가 만날 때 오히려 그 무엇보다 높은 차원의 조화를 이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시가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와 잠자고 있던 의식들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경우엔 여느 서정시 못지 않을 것이다.
신림동 바닥에서
내 失業의 대낮에 시장 바닥을 어슬렁거리면,
그러나 아직, 나는 아직, 바닥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구나.
까마득하게 멀었구나.
나는 탄식한다.
아, 솔직히 말하겠다.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까…
…
참고문헌
임동확 외 3인, 「황지우 문학앨범」, 웅진출판사, 1995.
황지우,「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 지성사, 1983.
황지우,「겨울- 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民音社, 1985.
황지우,「나는 너다」, 풀빛, 1987.
황지우,「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 지성사, 1990.
황지우,「구반포 상가를 걸어가는 낙타」, 미래사, 1991.
황지우,「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