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하지만 사마담의 춘추계승의식은 단순한 현실 예찬이 아닌 그 이상의 뜻을 함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공자의 《춘추》를 공자의 다른 사업, 즉 시(시), 서(서), 예(예), 락(락)의 복구와 존중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문명의 보호·전승자로서의 공자를 강조하는 한편, 춘추의 계승을 바로 그 문명의 보호·전승이란 관점에서 보았다. 이것은 작(작)으로서의 《춘추》를 강조하는 공양학과는 또 다른 《춘추》의 해석이다. 이 두 개의 춘추관이 서로 결합하여 그 계승을 의식한 사서를 저술함으로써 ‘왕도의 현창과 후세의 왕을 위한 제도의 제시’라는 작(작)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문명의 보호와 전승이라는 술(술)자의 역할을 겸할 수 있게 된다. 즉 그는 작(작)과 술(술)로서의 《춘추》를 동시에 수용하면서 《사기》를 그 계승으로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와 함께 맹자의 유명한 “오백년필유왕자흥(오백년필유왕자흥)”을 인용하여 이에 천운(천운)의 객관적인 법칙이라는 근거를 더하여, 《사기》를 통하여 천과 인간의 관계를 규명하려고 하였다. 규칙적으로 변동하는 천운의 객관적인 존재와 이에 대한 인간의 대응 속에서 역사가 진행된다는 전제를 두어 《춘추》의 저작이 천운에 대한 대응이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천운대응을 《춘추》의 계승으로 대처하고자 했다. 즉 《춘추》의 계승은 천운대변에 따른 역사적 과제의 자각과 그 실천을 의미하는 하나의 역사적 행위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