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는 세상을 온전히 등질 수도 없고, 세상과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눈 오는 날 폭설로 차단된 도로를 뚫고 험한 고개를 넘고, 마을 멀리 둔 산자락에 오두막 짓고 홀로 살고,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에 갑니다. 낡은 바바리 코트를 입은 자신과 만나 이야기하고, 젊은 날의 자신처럼 세상과의 불화를 겪는 큰아들에게 이야기하고, 아버지를 원망하는 막내아들과 이야기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딸에게 편지를 쓰고, 지난 날 무심히 외면했던 독자를 기억해내고 마음 아파합니다.
예전에 박범신의 소설을 한 권쯤은 읽었을텐데 뭘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불의 나라`를 삽화와 함께 몇 번 보았고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숲은 잠들지 않는다``수요일은 모챠르트를 듣는다`등
영화나 드라마로 본 것들도 있습니다.
`흰 소가 끄는 수레`는 술술 책장이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빽빽한 지면, 따옴표 없는 대사,,,정신들여 읽지 않으면 어떤 때는 갑자기 생소해지는 페이지도 나왔습니다.
천천히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글들은 천천히 읽어야 좋은데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훑어보고 대략 빨리 읽어버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생각해보니 빨리 읽기보다 천천히 읽기가 더 어렵더군요.
작가는 한가지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
삶아 쟁반에 올려진 게처럼 가슴 샅샅이 파헤쳐지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면....,박범신씨는 삶아 올려진 게처럼 샅샅이 파헤쳐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진실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