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것이 바로 권력을 만들어내고 이를 정당화하는 효과이다. 이 소설에서 박준이라는 인물의 정신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단호함과 집요함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 소설은 우리가 생각해 볼 여지가 없이 개인을 구원 아닌 파멸로 이끌어간 폭력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낸다.
다시 말해 그것은 여전히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 위에 성립되어 있는 통념의 진실인 것이다. 박준을 치료하고자 하는 의사의 확신은 폭력과 범죄로서의 정체를 감추고 성실함으로 위장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사람들의 통념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념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정당성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 그러므로 진실로 위장된 통념에 근거함으로써 그것은 그것에 가해질 수 있는 모든 비난이나 의구심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정당성의 근거이다. 또한 지니고 있음으로 해서 폭력의 혐의로부터 자연스럽게 벗어나는 상황을 재연한다. 이러한 통념을 비판하는 작가의 생각을 추측하건대 분명 통념은 잘못된 것이며, 왜 잘못된 것이냐고 한다면 박준을 치료할 수 있는 ‘진실의 왜곡’이라고 말하겠다.
이 소설에서 분명 박준은 치료할 수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미쳐가게 된다. 아니, 미친 것으로 점점 더 ‘소문의 벽’을 쌓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