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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중미 사회와 문화 수업을 수강신청 하고 나서 미리 수업 전에 강의 계획서를 통해 영화 <애니깽>을 시청각 자료실에서 빌려 보았다. 애니깽이라는 말이 처음 보는 단어일 뿐만 아니라 한국말은 분명 아닐 거란 생각에 영상자료를 구할 때 계속 서반아관련 자료실에서 맴돌다가 결국 한국영화 자료실에서 발견하였다. 촌스러운 포스터에 한글로 ‘애니깽’이라는 글이 새겨 있었다. 재미있을 거란 기대는 접고 단지 미리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감상하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멕시코 이민 1세대들의 어려운 고초가 담긴 결코 쉬운 소재의 가벼운 영화가 아니었다.
애니깽은 HENEQUEN이라는 단어였다. 멕시코 산이 가장 유명하다는데 영화에서 보는 애니깽은 사람 크기를 훨씬 넘는 거대한 식물이었다. 이 애니깽을 사실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멕시코의 애니깽 농장에서 지금도 일을 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할아버지가 자기는 어머니를 따라 아주 어렸을 때 이 곳에 와서 지금까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내내 두꺼운 가시가 박혀있는 커다란 애니깽을 자르는 일을 한다고 했다. 잘 살수 있을 거란 막연한 희망을 갖고 이주한 이곳에서 입만 풀칠하며 이 일을 한다며 아는 사람도 그때 당시 함께 이주한 사람들이 전부고, 돈도 없어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간다한들 새로 정착할 밑천도 없다며 눈을 글썽이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그땐 그 인터뷰가 도통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지만 영화 <애니깽>를 보며 전에 본 인터뷰도, 영화의 내용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1905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 항구에서 우리 조선인들 1천여명을 맞이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살인 더위와 뼈 깎는 노동 뿐 이었다. 안타까운 멕시코 이민사의 시작은 조선인의 자존심인 상투를 자르는 장면부터 출발한다.…
1905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 항구에서 우리 조선인들 1천여명을 맞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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