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소설은 박경리의 <토지>와 마찬가지로 가족 삼대에 걸친 이야기이지만, <토지>가 사건 진행의 윤곽에 있어 비교적 굵은 선을 유지하고 있다면, <혼불>은 섬세한 문체와 여성적 감성을 기반으로 한, 지극히 서정적인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사건의 중심인물인 강모를 축으로 하는 부인 효원이나 사촌누이 강실에 대한 묘사는 어김없이 이런 원칙을 따르고 있다.
<혼불>은 가문의 종부인 할머니와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 부부 등 삼대에 걸친 서술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할머니에서 어머니, 손자 며느리로 이어지는 여인들의 계보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 여인들의 한(恨)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할머니 청암 부인과 손부 효원의 삶을 보면 이런 사실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청암부인은 혼인을 치르고 시댁으로 신행을 오기도 전에 남편이 죽어 젊은 나이에 청상이 되었으며, 효원 또한 첫날밤부터 남편인 강모로부터 소박을 맞아 원삼 족두리를 그대로 걸친 채 날을 지새워야 했던 박복한 운명으로 할머니와 같은 운명의 궤를 지녔다고 할 것이다. 또 효원이 청암부인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젊은 나이에 청상의 몸으로 몰락한 종가를 일으켜 세우고, 물이 부족한 고장의 전답을 생각해 저수지를 만들었던 청암부인의 손부답게 당당한 체구와 다부진 성품으로 주위 사람들을 압도했던 효…
<혼불>은 가문의 종부인 할머니와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 부부 등 삼대에 걸친 서술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할머니에서 어머니, 손자 며느리로 이어지는 여인들의 계보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 여인들의 한(恨)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할머니 청암 부인과 손부 효원의 삶을 보면 이런 사실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청암부인은 혼인을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