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천재는 죽었다는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이 명제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천재의 사망진단서를 내밀며 말을 거는 이 책은 천재란 무엇인가를 따지는 책이라기보다는 천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누가 천재를 욕망하는가를 파헤치는 책이다. 현대 예술계에 툭하면 등장하는 천재는 진짜 천재인가. 지은이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술이란 것들이 실은 천재의 자리에 등극하려고 저지르는 난잡한 소동일 뿐이며 그런 행위를 천재의 소산으로 떠받듦으로써 이익을 챙기려는 언론과 사회의 거짓 선동의 결과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이 책이 들춰내려는 것은 천재가 만들어놓은 것들이 아니라, 천재를 만드는 조건, 곧 배우가 아니라 무대의 이면을 보는 것이다. 천재를 둘러싼 기만과 사기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것이라 본다. 책 제목이 적잖이 단정적이지만, 그걸 이해못할 게 없다. 화가들의 전기물은 물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등 각종 회화사.조각의 역사 서술이 `천재들의 신화`로 채워져온 것에 반기를 드는 젊은 미술사학자의 비판적 시선에 공감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천재는 죽었다』는 천재라는 개념 자체가 신화.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규명하는 작업, 그 이상이라 본다.
천재들의 무덤과 거기에 붙어있는 봉인을 확인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은 아니다. 괴테가 쉴러의 무덤에서 그랬던 것처럼 봉분을 열고 천재의 유골에 눈물짓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 작업은 현대미술, 넓게는 현대문화의 배후를 차분하게 독해해내는 일이다. 천재 숭배의 오랜 관습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거짓들을 목격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유효한 단초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