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나`가 그녀를 만난 것은 어느 술집에서였다. 늘상 술독에 파묻혀 지내던 `나`는 그날도 혼자 마시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당번 아가씨를 불렀고, 그때 나온 아가씨가 바로 경아였다. 그 후, 경아가 술집을 옮기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다가 서너 달이 지난 어느 날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우리는 동거를 시작했다. 그녀와 살면서 `나`는 그녀를 모델로 창작 의욕을 불태웠고 그녀는 신접살림처럼 집안을 꾸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을 쫓아 다니는 남자를 피해 술집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게 되자, 그녀는 점점 게을러지고 미워져 갔다. 동거한 지 1년이 지난 후 어느 봄날, 대학 친구인 혜정이와 만났을 때 `나`는 평소에 생각해 왔던 경아와의 헤어짐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녀와 헤어진지 1년 후, 어느 술집에서 외모가 많이 변해 버린 경아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날 밤 `나`는 경아의 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날, 그녀는 한때 그녀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럽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별나라의 별난 일이라면서, 어릴 때 자신을 보고 땅을 밟고 살지 않을 거라던 점장이의 말도 들려 주었다.
또다시 그로부터 1년 후 겨울, 경아는 술에 취한 채 심한 기침을 하며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아까 먹은 수면제 약기운이 몸에 퍼지자 잠을 이기지 못하여 흰 눈 속에 파묻히고 만 것이다.
경아의 장례식은 정말 쓸쓸하였다. 그녀의 모든 것은 불길 속에서 타올라 한 줌의 재로 남았다. 그녀의 뼛가루를 한강에 뿌리면서 `나`는 그녀의 넋이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기원했다. 그녀의 고향은 어디에 있는지, 그녀는 늘 돌아갈 고향이 있는 것을 부러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