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러나 ‘모래알 속에서 우주를 보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메노키오라는 ‘간극’에 위치한 인물이 갖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서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저자는 민중문화의 존재와 그 민중문화가 종속계급 문화의 한 예로서 지배계급 문화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가에 대한 설명의 모델로서 메노키오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재판 진행과정에서 메노키오가 내뱉는 말들의 기층에는 ‘농민문화’의 배경이 존재했을 것이고 사람은 자신이 살던 시대의 문화 계급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또 언어와 마찬가지로 문화도 개인의 잠재된 가능성의 지평, 즉 울타리를 제공한다는 점과 통계적 빈도를 알 수는 없으나 민중문화의 범주를 정의한다는 측면에서 메노키오와 같이 한정된 사례조차도 전형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어느 정도 동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편적이고 대표성을 갖는 인물이 아닌 메노키오라는 특수한 인물의 사례를 통해 나타나고 추론되어진 사실들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보편적인 ‘민중문화’의 범주에 접근하는 것이며, 또한 그렇게 파악된 ‘민중문화’의 범주가 가질 수 있는 의미와 그것에 대하여 우리가 부여할 수 있는 의미의 정도는 어디까지 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즉 메노키오의 사례가 ‘문화적 접변’의 한 ‘예’를 넘어서 종속계급에 속한 사람들의 의식의 바탕에 깔려있는 ‘민중문화’를 파악하는 도구로서 사용되는 것은 자칫 지나치게 의미를 확장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모래알을 통해 우주를 보는 통찰력을 발휘해 보겠다’는 저자의 욕심어린 주장이 『치즈와 구더기』를 통해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