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작은 집 푸른 담요에 따뜻함이 넘치는데,
창에 가득 매화 그림자 달이 밝아오는 때라
라고 하여 매월(매월) 두 글자를 호로 취했다.
달이 떠올 무렵, 달빛을 받아 창문에 어른거리는 매화 그림자. 절개와 동시에 슬프리만치 고독한 그 모습을 자신의 호로 삼은 것을 참으로 절묘하다. 김시습 자신이 불의한 세상과 타협을 거부하고 방랑으로 일생을 보냈던 고독한 낭만주의자의 초상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시습은 생전에 늙고, 젊은 두 폭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리고 그 여백에다 화상찬(화상찬)을 써 다음과 같이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그대의 모습은 지극히 작고, 그대의 말은 매우 어리석으니, 마땅히 그대를 언덕과 구렁 속에 버려두리라.
역사의 횡포 앞에 너무도 초라한 자신을 발견한 것일까? 거기에는 두타형(중의 머리모양)의 머리를 하고 매섭게 세상을 응시하는 김시습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2. 불행한 시대, 화려한 출발
김시습이 활동한 시기는 15세기 후반이다. 이 때는 안정되었던 조선 봉건사회가 그 모순을 드러내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조정이 혼란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여러 정변을 겪으면서 지배계층에게 공신전을 남발했고, 지배계층인 양반들은 이를 토대로 토지겸병을 확대 시켰다. 농민들의 생활은 이로 인하여 점차 어려워 졌다. 양반 지주들과 농민들의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난 것이다.
김시습의 시 「농부의 말을 적노라(기농부어)」를 보면 이런 사정을 잘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