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2) 정서 환기의 역할
시 속의 정서는 시인의 노골적인 감정 진술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이미지들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즉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3) 주제와 시적의미 제시
주제나 의미 역시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은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시적 의미들을 예술적으로 형상화 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이미지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
없는 것모양 걸려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래펄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
<정념의 기, 정양사, 1960>
☞ 이 시에 나타난 ‘깃발’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이 시의 주제를 형상화한 주요 이미지이다. 깃발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온갖 번민과 갈등을 표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뛰어 넘어 지극한 평화와 순수함의 경지에 다다르고 싶은 내면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인은 이미지들을 통해 자신의 관념과 테마를 육화시키는데, 이것은 브룩스와 위렌이 말한 관념의 극화를 이미지가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