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하나코는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장진자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무시되고 부정되는 여성이다. 그녀(하나코)의 여자친구와 그녀가 `동반자`혹은 `동업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하나코는 여성이 아닌 남성들에 의해 주로 부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 하나코는 부정되는가? 하나코는 필요할 때는 언제나 만나주고, 늘 진지하며, 잘 석득당하고,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으며, 고해성사를 잘 받아주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이 자신의 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자신 때문에 주의를 그는 일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그러기에 `하나코`하면 `물`이 연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무엇이든지 다 받아주고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은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 여성에 가깝게 된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배려를 보이는 무표화된 인물이 바로 하나코인 것이다. 이 소설의 화자가 남성인 `그`라는 사실에서 암시되듯이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그런 여성을 왜 남성들이 부재화시키는가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남성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자만적이며 남성중심적인 시각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래서 편리하고 일방적인 관계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부담이 없어서 책임질 필요가 없어야 할 것, 자신들의 치부를 끌어안아 주어야 할 것, 필요할 때만 생각나고 쓸 데 없는 궁금증은 유발시키지 말 것. 이런 것들이 바로 부재하는 여성이 지켜야 할 혹은 갖추어야 할 수칙인 것이다. 이것을 여성과 남성간의 관계가 아닌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로 확대시켜 보면 소설 속에서 `그`는 그 친구인 J,P처럼 남성과 남성간의 관계도 `차가운 우아함` 때문에, 그리고 `그`와 세계와의 관계도 허상밖에 없는 `원대한 이유`로 인해 화해롭지 못하다. 이렇게 소설 `하나코는 없다`는 서로 타인처럼 지낼 수밖에 없는 관계의 단절성이나 서로에게 부재로 존재하는 익명성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중층적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