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마흔 세살의 여자가 느끼는 여자의 떨림, 그 감수성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북 실향민으로 공통적으로 남편의 부재라는 상황을 안고 살아 갔고 주인공 역시 그 상황을 대물림하는 설정인데 할머니세대에서는 남편의 첩을 운명으로 받아들였고 어머니세대에서는 남편의 부재가 따뜻한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결핍으로 나타난다. 주인공은 자신과 어머니가 오히려 밥상을 깨 부수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하자면 포근한 어머니상의 결핍을 느끼는 것이다.
주인공의 결혼생활은 예단으로 인한 모멸과 남편의 멸시로 오래 가지 않는다.
초상을 치루는 과정에서 현관 가득 놓인 신발들과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 그리고 까만 때가 엉겨붙은 구겨진 버선의 이미지는 자신의 현실과 잃어버린 꿈을 대비시킨다.
아마도 그 극렬한 대비가 그녀를 자신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친정에서 홀로 남겨진 어머니와 둘이 생활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다시 돌아온 옛 자리에서 자신이 쓰던 물건과 마주하고 옛날을 추억하고 어머니와 단란한 식사를 하는 일상의 만족감속에 시간이 흘러가지만 변화없는 두사람만의 생활의 반복은 어떤 면에서는 견디기 힘든 것이다. 그녀는 어머니와 반복적으로 싸운다.
그녀는 어느날, 길을 묻는 사람을 거리에서 만나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어렸을 적에 본적이 있는 그와 재회한 그녀는 가끔의 만남과 전화 따위로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데서 오는 결핍을 보충하며 그리움을 키운다.
그를 만난 것을 운명적으로 생각하는 그녀는 3년동안 그를 만나면서 변화되는 자신을 느낀다. 누군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큰 차이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만나지 않아도 누군가 저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의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