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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느와르부터 와이어 액션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사이보그에 이르기까지, 음악에서 음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뒤섞은 듯한 영화가 큰 소문 없이 개봉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순식간에 대중문화현상 그 자체로 부상했다. 익숙한 얼굴의 스타가 영화에 등장해 총알을 피하고, 날렵한 쿵푸 동작을 선보일 때 관객들은 흥분했다. 이런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도 접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열광시킨 것은 그 우아한 동작들이 인식론적 물음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이 따분한 강의가 아니라 컴퓨터게임의 스펙터클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란한 비주얼을 타고 올 때 환호했다.
얼마전 속편 `매트릭스: 리로디드(Matrix: Reloaded)`가 한국에 개봉되었다. 이 속편에서 내용뿐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전편을 충실하게 계승한다. <매트릭스>의 등록상표가 된 360도 카메라 촬영, 슬로우모션 터치, 그리고 경이로운 와이어 액션이 그대로 등장한다. 여기서 좋은 소식은, 속편의 액션과 특수효과가 전편보다 크게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쁜 소식은 액션과 특수효과뿐 아니라 철학강의의 길이도 늘어났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강의가 이미 들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이다.
`리로디드`를 보는 많은 관객들이 <스타워즈>의 최근 에피소드인 `클론의 습격`을 떠올릴 것이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관객들의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리로디드` 역시 주인공인 네오(Neo; 키아누 리브스), 트리니티(캐리-앤 모스), 모피우스(로렌스 피시번) 세 사람의 인간관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여기서 관계는 기호학적 성찰을 가능케 한다.) 연인인 네오와 트리니티를 움직이는 주된 동기는 둘간의 애정이고, 모피우스 역시 자신의 옛 애인을 두고 공동체 자이온(Zion)의 사령관과 갈등하며, 적으로 등장하는 등장인물들 역시 관계를 둘러싼 욕망과 질투 속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빚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