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Ⅱ. 돈오점수
본래 돈오점수론은 교종과 선종의 입장에서 각각 자굴병(自屈病)과 자고병(自高病)에 빠진 당시의 불교계를 수행을 통해 불교의 본래 정신으로 되돌리자는 취지에서 제기된 이론이다. 즉 불경에 의지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교종의 수행자들은 깨달음이란 오랜 시간의 수행을 통해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생애에서 쌓인 인연을 통해 다음 생애에서 깨달음을 얻겠다는 자굴심을 갖고 있었다. 반면에 견성 성불의 입장에서 수행하는 선종의 수행자들 가운데는 무명이 곧 근본부동지라는 것을 쉽사리 지해하고서 그것을 성불로 여기고 자만하여 수행을 게을리 하여 결국은 성불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지눌은 자굴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깨달음이란 돈오일 뿐 오랜 기간의 수행이 필요하지 않다고 일깨워서 수행하는 마음을 북돋아 주었다. 그리고 자만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깨달은 이후에도 오랜 기간의 점수가 필요하다고 일깨워 자만심을 꺾으려고 하였다. 따라서 지눌의 돈오점수론은 근기가 약한 자든 근기가 뛰어난 자든 불문하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성불의 길로 이끄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당시의 선가에는 견성에 이르면 수행이 모두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지눌은 견성의 순간부터 참된 수도가 시작된다고 하면서, 깨달은 뒤의 수행은 정해쌍수라는 방식에 의하여 해야 한다고 하여 승려들이 가지고 있던 나태함과 권위주위를 바꿔나갔다.
즉, 실제적인 수행의 차원에서 그의 돈오점수론은 먼저 불성을 깨달아야하며(頓悟), 깨달은 이후에도 그 깨달은 이치에 따라 계속 닦아 나가라는(漸修)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