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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 서 있는 형사와 세상을 모두 가질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가 만드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소설들을 읽으며 이상하게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 소설들에는 그런 형사도, 그런 여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탐정 흉내를 내는 작가, 진짜 탐정, 그리고 탐정과 비슷하지도 않은 사람. 적당히 아름다운 여인들이 등장 인물이다.
이상하게 옛날 헐리우드 영화의 복고적인 느낌을 이 소설들에서 느꼈다면 그건 이 소설들의 도입부의 긴장감 때문이다. 나른한 일상의 느낌, 거기에 뭔가 쾅하는 충격이 오고, 다시 공허해지고 건조해지는 것. 결국은 뻔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과 불신.무언가 비밀스럽고, 음침한 느낌이 뉴욕과 만나니 매력적이다. 익명성이 존재하는 도시 뉴욕과 잘 어울린다. 가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삶을 꿈꿀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유리의 도시>를 읽으며 주인공이 조금 부러웠다. 아내와 아이가 모두 죽은 그 남자가 부러운 이유는 그가 1년 중 다섯 달이나 여섯 달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마음대로 쓰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인 `어바웃 어 보이`의 돈 많은 백수 휴 그랜트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설정이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마치 자신의 수명을 넘어서, 사후의 삶을 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사후의 삶은 이렇게 치열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