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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후 등장한 냉전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으로 독일은 동서로 분단되어 체제간의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게 된다. 체제간의 차이는 언어사용의 차이를 유발하였고, 급기야 양독 국민사이의 의사소통이 위태롭게 될지도 모른다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양독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차이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치적 영역에서의 어휘가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체제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서독인들이 동독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유 기업(Volkseigener Betrieb)’이라는 표현을 서독의 기준에 따라 ‘사유화된 국영기업체의 주식(Volksaktie)’으로 이해하면 이는 잘못 해석한 것이 된다. ‘평화정책(Friedenspolitik)’, ‘평화주의(Pazifismus)’, ‘인권(Menschenrechte)’등과 같은 개념도 양독에서 서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정치실무자들은 상대측의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숙지한 상태에서 조약문구나 공식발표문을 작성해야만 했다. 서로 다른 코드로 인해 야기되는 의사소통상의 장애는,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들리는 기호가 갖고 있는 외연과 내포개념의 의미론적 차이를 서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정치영역에서의 조약과 공식발표 만이 동서독 사이의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치적 설득을 염두에 두고 행해지는 연설, 뉴스, 신문기사, 선전구호 등이 일반인들에게 더욱 큰 영향을 주었다. 이들 텍스트 안에서 정치적 표현의 눈에 띄지 않는 의미상의 차이가 유포되었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동서독 언어상의 차이를 규명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동서독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독일어가 사용되었다고 하는 그간의 논의를 살펴보고, 동독과 서독에서 각기 독자적으로 출간되었던 두덴 사전에 등재된 몇몇 어휘를 비교 고찰한다. 더 나아가서 동서독의 실제 정치영역에서 어떠한 어휘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