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지구를 동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쟁의 필연성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본질적으로 인간간의 경쟁 그 자체를 싫어하거나, 경쟁에서 우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어-‘맞는 답이 하나밖에 없어서 누가 얼마나 빨리 답을 맞추느냐에 따라 잘난 놈, 못난 놈이 확연히 구별되는 <같은 책, 126쪽> ’- 그로부터 소외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때, 나는 보았다. 침대 위에 지퍼를 열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다시는 이 지구에 있지 않는‘머리 빗겨주는 여자’를.
나는 까닭 없이 눈가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옥상으로 막 뛰어갔다. 하늘에는 여전히 살진 달이 떠 있다. 저 달이 그녀를 데려갔나. 진짜 그렇나. 나는 화단의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하늘의 달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그리고 자꾸만 흘러내려서 어쩔 수가 없는 물줄기를 소매로 훔쳐내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쿠구구구----하는 굉음과 함께 연기를 뿜으며, 하늘의 달이 어둠 저 편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같은 책, 141~142쪽.>
지구에 대한 혐오는 맞는 답이 무수히 많은 다른 세계(별세계)를 끔찍이 동경하게 하고 그것 때문에 지구를 탈출하고자 한다. 이 때문에 그는 병실에 갇히게 되고 그 폐쇄된 공간을 탈출하는 환상이 삶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 현실에서의 깊은 일탈로부터 초래되는 이러한 소외정서를 함께 나누는 사람이 바로 이형과 그녀이다. 이형 역시 이상적 이념으로 살아가는 민중운동가이고, 그녀는 죽음을 앞 둔 현실과의 연관이 이미 차단된 격리상태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현실과 부합하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현실의 인간적 소통이 차단된 상태의 깊은 소외 속에서 죽어가거나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결국 이형은 경찰에 체포되고, 그녀가 죽는 결말이 「달의 몰락」으로 이루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