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문득 나의 20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내 20대에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지고지순한 사랑일 수도 있고, 내 미래를 위한 학업이나 어떤 구체적인 목적의 절차들, 내 이상과 포부를 쌓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으며, 또 새로운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내 젊음만은 헛되이 보낼 수 없다고, 나는 내 이상을 위해 노력하며 순애보도 경험해보고 세상을 많이 경험해 보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제 시작인 내 20대도 너무도 쉽게 반년이 흘러가 버린 것을 알아 차렸을 때, <상실의 시대>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내가 해놓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 스스로는 변변치도 못한 인간관계나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는 대학에서의 수업들, 몇 가지 안 되는 그나마 색다른 경험들을 떠올렸다. 이렇게 내 젊음을 헛되이 보낸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부끄럽고 한심스럽다. 하지만 <상실의 시대>는 내게 부끄러움조차 쉽게 상실해 버리는 작은 것에 지나지 않는 다고 말한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나에 대한 수치심도 쉽게 잊혀져 버리는 그저 그런 일 중에 하나다. 그럼에 우리는 이리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절대 부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쉽게 잊혀지므로 우리는 훌훌 털고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이 책에 내게 준 의미를 생각해 봤을 때, 절대 우울한 소설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의미일 지도 모르지만 분명 ‘상실’이라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마음 속에 영원한 즐거움이나 영원한 슬픔을 존재하지 않게 한다. 맑은 날만 계속 된다면 세상은 모래뿐인 사막이 될 것이며, 흐린 날만 계속 된다면 그 또한 사막에 버금가는 지옥이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