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최윤의 대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불편함과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근거를 소설 속에 녹아있는 원죄의식 바이러스에서 찾는다. 작가 스스로도 이 작품을 감염의 소설이라고 했듯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소녀가 체험한 오월의 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부채의식이라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비단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해 가족을 모두 잃은 한 소녀에 대해 갖게 되는 동정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라도, 이 소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끔 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오월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폭력이 만들어낸 국민 모두의 원죄의식을 일깨우는, 어떻게 보면 선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그 역사적인 사건을 직접체험한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모든 독자들로 하여금 원죄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데에는 작가의 글쓰기 기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이야기 하듯 진행되어지는 시점상의 기법이 그러하다. 소녀의 이야기와 타자의 이야기들은 번갈아가면서 풀어지고 있는데, 이로 하여금 독자들의 생각이 함께 풀어졌다 조여졌다 하게 되면서 함께 긴장하고 함께 괴로워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본연이 아닌가 한다. 모두가 함께 알고 되새기며 괴로워해야만 하는 역사적 비극, 혹은 그 비극 자체는 어느 특정인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무언의 압박. 결국 그것이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