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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불륜만으로는 부족하다... <주홍글씨>
이제 불륜은 재미없다. 사람들은 불륜이 그렇게 엄청난 일이냐고 되물으며 생뚱맞은 표정으로 왜 그렇게 촌스럽냐고 비난한다. 그래서 그들의 처벌도 애매하다. 불륜을 하지만 열심히 살고 불륜을 하지만 목숨 걸지도 않는다. 참지 않고 유혹하고 참지 않고 유혹 당하되 제 인생을 내걸지는 않는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며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악세사리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더 이상 불륜만 가지고는 드라마가 생겨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것들을 끌어들인다.
<주홍글씨>는 기훈(한석규)의 직업이 강력계 형사라는 점을 이용하여 닮은꼴의 치정 사건을 끌어 들인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기훈과 닮은꼴의 여자, 경희(성현아)가 있다.
기훈과 경희는 불륜을 통한 삼각관계의 중심에 서서 두 가지 시선을 즐긴다. 기훈이 가희와 수현 사이를 오가며 그 중심에서 두 여자를 요리한다고 믿었던 것처럼 경희 역시 남편과 사진작가의 욕망과 질투를 자신이 휘두르고 있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엔, 기훈은 가희와 수현의 사랑의 희생물이었고, 경희의 남편 역시 경희가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불륜의 대가로 죽음 직전까지 간다. 이용당하고 속은 건 기훈과 경희다.
그것으로 모자라 기훈은 가희를 죽이는, 경희는 남편을 죽이는 형벌을 수행하고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함으로써 평생을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으로 처벌받는다. 그것이 욕망을 오만하게 즐긴 대가다.
이제 불륜을 처벌하는 것은 사회적 제도와 관습이 아니라 얽히고 설킨 인간의 욕망이고 인간 스스로다. 가희와 기훈이 스스로 차 트렁크 속에 갇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