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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는 놀랍게도 한국영화가 이제껏 밟아보지 못했던 금기의 영역을 스스럼없이 무너뜨리고 만다. 그러나 그러한 금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할 뿐, 굳이 매듭지으려 하지 않는다. 과장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것이 바로 올드보이를 걸작임을 주저하지 않게 만드는 무서운 힘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금기를 몇몇 소설이나 구전설화에서 다루어지긴 했지만,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란 처음이었다.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나는 그 무엇보다도 한국영화의 질적인 발걸음이 아닌가 싶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시류에 편승해 졸속제작된 조폭영화들이 판을 치지 않았던가? 일부에선 홍콩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몇몇 뜻 있는 영화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우리 영화계는 조금씩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 끝에 `올드보이`와 같이 대담한 주제를 담아내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갖춘 웰 메이드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드보이`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말했다. `올드보이는 과잉의 영화다.` 정말 그렇다. 음악에서부터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화려한 프랙탈 이미지와 힘이 잔뜩 들어간 스토리텔링까지, 과잉의 화염이 시종일관 넘실댄다. 하지만 그 과잉의 이미지들이 다소 익숙하다는게 너무 아쉽다. 좀더 고민했더라면 전무후무한 과잉의 에너지를 만끽했을 것이다.